"중1, 진로성숙도 낮아 본 취지 살릴 수 있을지 미지수"
내년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올해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중학교의 대부분이 자유학기제 시행 시기로 '1학년 2학기'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교 입시 부담이 없어 학생, 학부모의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자유학기제가 1학년 때 시행되면 정책 목표 중 하나인 '진로탐색'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로체험 인프라 부족으로 1학년 교사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유학기제 수업을 운영하는 중학교는 올 2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 3186개교 가운데 2301개교로 집계됐다. 전체 중학교의 약 72%가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것.
이 중 2211개교(96.1%)는 1학년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학년 실시 학교는 1학기가 34곳(1.48%), 2학기가 41곳(1.78%)이었다. 1학년 1학기에 실시하는 학교도 15곳(0.65%)으로 조사됐다.
1학년 2학기 시행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경기(99.05%), 경북(98.91%), 강원(98.77%), 대구(98.39%), 서울(98.29%) 등이다. 이들 교육청은 "고교 입시 부담이 비교적 작아 1학년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의 선호도가 가장 높았고 시행학기 선택권을 가진 각 교장 역시 대세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1학년을 자유학기제 지정학년으로 아예 못박은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2017학년도부터는 중1 성적을 고교 입시에 반영하지 않으므로 지필 고사가 없는 자유학기제 수업 시행은 1학년이 가장 적절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 수업이 1학년에 시행되면 정책 목표 중 하나인 '진로탐색'에 대한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학교 1학년이 진로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에는 다소 어린 나이라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부가 자유학기제의 롤 모델로 제시했던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는 고 1을, 스웨덴 진로체험학습 제도는 중 2~3학년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자유학기제를 2013년 선거 공약으로 언급했던 문용린 전 서울교육감 역시 자유학기제 시행 적정 시기를 중 3으로 언급한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진로방향 선택, 직업결정을 위한 사전 준비와 계획의 정도를 나타내는 '진로성숙도'는 학년이 높을수록 증가하지만 입시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며 "2학년 이후 자유학기제를 시행한다면 관심도가 대폭 떨어질 것이므로 현실적인 요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중학교에서 기피 학년인 중 1 교사들의 업무가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지난해 자유학기제 시범학교에 근무했던 한 교사는 "자유학기제 때문에 교사들 사이에서 중 1이 기피학년이 되고 있다"며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들의 뒷바라지에 각종 행정업무까지 담당하게 되면 일이 두세 배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자유학기제가 시행 초기라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점도 교사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 교사는 "담임교사는 진로체험 기관 섭외, 준비부터 현장 지도까지 모든 걸 다 책임져야 한다"며 "일반 기업에서는 보안 문제로 학생 방문을 꺼려하고 카센터, 미용실 등 지역사회 자영업체들은 '교육할 게 없다'며 현장 학습을 거부하니 경찰서, 소방서 등 공공기관으로 아이들을 돌릴 수밖에 없는 애로 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은 "자유학기제가 학생의 진로 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려면 적정 시행 시기에 대한 다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입시 부담으로 인해 정책의 본 취지가 흐트러지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유학기제 자료실
